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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독서모임]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이꽃님 장편소설

작년부터 참여하던 독서모임의 이번 지정 책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2694368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청소년 문학 최고의 페이지터너 이꽃님 작가의 청소년소설이다. 누군가를 막 좋아하기 시작한 십 대들의 풋풋한 마음과 그 마음 뒤에 숨겨진 쓰라리고 위태로운 감정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맞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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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으로 성인 모임에는 맞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독서모임의 꽃은 역시 질문과 나눔. 이 책을 선정한 회원님의 발제문이 좋았다. 그리고 저자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해시태그

#실종사건 #로맨스 #반전 #사랑해 #아동학대 #청소년 문학

 

"수프가 기억하는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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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주인공 해주시점으로 진행된다. 고등학생 해주의 같은 반 친구이자 남자친구인 해록이가 실종된다. 경찰은 해록이와 실종되기 전까지 같이 있었던 해주의 집으로 찾아온다. 해주는 자신은 실종과 관련 없다며 오히려 해록이와 사귀면서 자신이 얼마나 해록의 말대로 순종적으로 굴었는지, 어떻게까지 했는지를 어필한다. 후반부에서 경찰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경찰은 해주에게 오기 전, 해록이와 해주의 친구들을 다 만나고 사전조사를 마친 뒤였다. 해주의 말을 들으며, 해주가 교묘하게 피해자인양 말하는 점을 파악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며, 해주에게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이야기는 다시 해주시점으로 돌아가 반성하지 못하고 아직 자신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듯한 해주의 서술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책을 읽으며"

남자친구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해주의 모습이 서술되는데, 공감이 잘 안되고 유치하게 느껴져셔 초반에 읽기가 힘들었다. '내가 왜 청소년들의 간질거리는 사랑이야기, 그것도 다소 건강하지 않은 것 같은 것을 봐야하나' 라는 마음이 중반까지 들었다. 아예 해주 시점에서 보니까 일방적인 피해자의 서술이라서 더 힘들었던 거 같다. 애초에 나는 진지한 이야기는 좋아해도, 어두운 이야기는 잘 보질 못한다. 그래도 책이 얇고, 모임 도서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총 18장의 장편소설로, 1~16장까지의 이야기가 해주시점으로 전개된다. 17장부터 경찰의 다른 시각이 시작된다. 평소에 무딘 감각이 책 읽을 때도 나오는지 16장까지 이상하게 답답한 이야기가 해주가 조금씩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읽었다. 그러다 17장에 와서 경찰이 다른 시각으로 "아니? 피해자는 해록였어. 정신차려! 너의 사랑은 왜곡됐어!" 라고 하니 대 충격이었다. 그러면서 비로소 지루함의 안경에서 집중의 안경으로 바꿔뀌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 듯한 18장 해주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이 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되었다. 

 

 

아동 학대를 당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 중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사랑해'라는 말 때문이라는 것을요.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작가의 말' 중

 

 

오...이 부분에서 이번 독서의 의미가 완성되었다. 긍정적으로만 생각해 왔던 단어 "사랑해" . 작가의 말을 읽고, 그리고 독서모임을 한 후 사랑해라는 말의 이면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는 연인에게 어떤 요구를 했었던가? 그리고 주변에 부모라는 이유로 양육과 사랑이라는 이유로 어떤 것들을 아이들에게 요구했는가. 전혀 생각지 않았던 지점이었다. 이번 책,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나에게 도끼였다. 

 


 

"독서모임"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 가스라이팅의 범위는?

 책에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또는 버림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말을 따르는 해주의 모습이 나온다. 사랑을 하다보면, 부모 자식 관계던 연인관계던 상대방이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질문을 받고 그동안의 나는 어땠는가를 되돌아 보았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텐데' 라고 내가 생각하고 상대를 바꾸려고 했던게 어쩌면 강요나 폭력은 아니었을까? 

 

 찔리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다른 질문들 보다 조금 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심리학적인 '가스라이팅'의 은 반드시 '조작'이 필요하지 않은가!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801

 

[가스라이팅] 내가 이상한 걸까? 그가 이상한 걸까? - 가스라이터의 10가지 특징 - 정신의학신문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스라이팅(Gas Lighting), 가해자(가스라이터)가 교묘하게 심리적 조작을 일으켜서 피해자가 자신의 생각과 현실, 기억 등에 대한 판단력을 잃게 만

www.psychiatricnews.net

 

(급 찝찝해서 검색해보니 '심리적 조작'이라 흠.. 애매한 정의이긴 하다)

 

 

아무튼 보통의 사람들의 경우 '조작'까지 잘 가지 않지 않나. 그리고 나의 경우는 ㅠㅠㅋㅋ 조작은 절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는 일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상대방의 변화를 바라긴 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를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질문을 만나 좋았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위해서' 라는 말로 포장해가며 내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하지는 않았나? (잠시 반성 타임)

 

그리고 조작 외에 가스라이팅의 조건이라 함은 역시 내 맘대로 상대방을 휘두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일단 관계를 맺어감에 있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향이 있으면 상대에게 제시하고 상대방이 행했을 경우 좋은 결과로 따라오기도 하지 않는가. 이때, 일방적인 강요나 가스라이팅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단순히 내 욕심이나 일방적인 시선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나 배려가 전제돼야 될 것 같다. '내가 아는 00이도 이걸 좋아할까? 00이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할까? 단지 내 욕심인건 아닐까?' 이런 식의 고려 말이다. 

 

*아 그리고 들을수록, 부모-자식 간의 사랑이 많이 떠올랐다. 구체적인 내 경험이 떠올라서 그런건 아니지만, "사랑하니까 이렇게 해야지. 해줬으면 좋겠어" 가 너무 자연스러운 관계지 않은가. 훗날 자녀양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 연애가 끝나고 난 뒤 사라진 내 개성

이건 어떤 모임원분께서 예전에 본 만평(예전꺼라 기록은 없다고 하셨다)을 설명해주시면서 나온 이야기인데, 맘대로 이렇게 제목 붙여봤다. 

 

[만평내용-그림인데 글로 풀어서 설명해주셨음]

정장에 넥타이를 맨 남자들, 그중에 가죽자켓 남자 한명.

여자는 그 가죽자캣맨과 연애하고

그 남자는 연애하며 가죽자캣을 벗고, 정장에 넥타이를 매게 된다.

여자는 그에게 매력이 떨어졌다며 이별을 고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간다.

남자는 이별을 했고, 그는 이제 수 많은 정장 넥타이 맨들 중 한명이 된다.

 

정말 공감도 많이가고,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날의 대화 방향은 '사랑' 때문에 나를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는 식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윤종신의 '환생' 노래처럼 사람은 사랑에 빠져서 바뀌는 내 모습을 분명히 즐겁게 느끼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랬다. 중요한 건 진짜 내가 누군지 아는 것 같다.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상대를 위해 100%바꿔도 그게 내가 좋으면 그만인 거 아닌가! 내가 상대를 위해 얼만큼까지 바꿀 수 있는지 한계를 알고 있고, 또 나에게 있어서 가죽자켓(나의 중요한 정체성,심볼)이 무엇인지 안다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또 나. 나에대해 알기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또 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